작성자 관리인
작성일 2011-04-18 (월) 1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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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성정(喚惺亭) (8)

-고고한 선비, 임진란 팔공상 의병장 태암 의주의 학문과 충의가 깃든 정자-

4. 환성정의 중건과 제유(諸儒)의 방문

2) 제유(諸儒)의 방문과 강학②

심석재(心石齋) 송병순이 대구를 방문한 것에 대하여는 자세히 알려져 있지 않다. 송병순은 그의 형인 송병선과 더불어 무태(無怠) 능성구씨와 특별한 관련이 있다. 송병선은 능성구씨 정자의 명칭을 화수정으로 개칭하였고, 송병순은 형의 부촉(咐囑)으로 화수정의 편액을 대자(大字)로 써서 문미(門楣)에 걸게 하였다. 그리고 송병순은 화수정의 시[原韻]에 차운(次韻)(주①)한 ‘근차화수정운(謹次花樹亭韻)’을 남겼다.(『심석재집』, 유림신문 4호, 2008년 4월 15일 화수정[3] 참조) 송병순과 대구지역 유림과의 교유에 관한 것은 그의 문집과 대구 제현(諸賢)의 문집에 서간을 비롯하여 만(挽)· 제문(祭文) 등이 다수 수록되어 있다.

시암(是菴) 이직현(李直鉉: 1850~1928)은 경남 합천의 초계 분으로 그가 대구를 방문한 여정에 대한 것은 유림신문 7호<시암 이직현 선생의 대구방문과 교유 및 저작(2008년 7월 1일)>에서 대략 언급한 바 있다.

이직현은 1971년(정사) 초여름(음력 4월)에 대구를 방문하였는데 그는 현풍의 솔례를 거쳐 상인동 월촌을 방문하고 무태에 도착하였다. 그는 환성정에서 강학을 하였고 화수정에 올라 차운시(次具氏花樹亭韻)를 지었다. 이직현이 지은 ‘환성정 강학 후 여러 벗과 더불어 주연(酒宴)을 하다. (喚惺亭講後酬諸友)’라는 시를 살펴보면 그는 이 정자에서 『주역』을 강학하였던 것으로 보인다.

“오늘 옛날에 들었던 아름다운 모습을 보니

이 정자를 등한히 지나칠 수 없네.

지명이 무태이니 단서(丹書)의 가르침이 있고

하늘이 정신을 깨우치게 하는 듯[喚惺] 밝은 달이 환하게 비추네.

빙 둘러 앉아 예를 익히는 뜰아래에는 큰 나무가 서 있고

 책상 앞에서 경전을 논하며 모래로 땅에 그리듯 주역의 괘상(卦象)을 나여하네.

산가(山家)에서 강학하며 나를 일깨운 것을 생각하며

혈맥을 바라보니 아침마다 늙어가니 어찌하리오.

(今 見佳於昔聞佳,

玆亭不可等閒過.

地名無怠丹書在,

 天象喚惺明月多.

習禮帶分庭下樹,

談經卦列案頭沙.

 起余歸讀家山想,

脉望朝朝老奈何.)(『시암집』)

위의 시를 살펴보면 환성정을 방문하여 일찍이 들었던 이 정자의 아름다움을 보니, 이 정자가 표방하고 있는 환성의 깊은 의미를 등한히 할 수가 없다고 말하고 있다. 여기에서 말하는 아름다움이란 이 정자를 중건하여 선조의 가르침을 잘 계승해 오고 있는 인천이씨의 일문(一門)의 화합된 모습을 일컬은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무태의 지명이 고대의 황제(黃帝)와 전욱(顓頊)의 단서(丹書)(주②)의 가르침과 부합하고, 환성(喚惺)의 의미 역시 이러한 가르침에 밭캉하고 있다는 것을 말하고 있다. 또 환성정에서 제현(諸賢)과 더불어 주례(酒禮)를 행하고 『주역』의 괘상을 논하며 강학하니 자신을 일깨우는 것 같다고 말하고, 결구에서는 68세의 노구를 이끌고 이곳을 방문한 자신이 하루 하루 늙어가니 다시 만나기 어려운 안타까움을 나타내고 있다. 이직현은 이억상의 일신정(日新亭)에 들러 차이씨일신정운(次李氏日新亭韻)를 짓고 초계로 돌아갔다.

이직현이 대구를 방문하였을 때에는 최익현과 송병선 형제가 방문하였을 때와는 달리 서찬규, 우성규, 이억상, 구연우, 구연간 등이 모두 타계한 이후였다. 이때에는 이억상의 아들 진사 이병운(李柄運) 등이 그를 맞이하였다.

5. 환성정 제영(題詠)

환성정은 태암 이주가 건립한 이후 그가 직접 환성정의 시와 기문(記文)을 지었다. 조선 중기 대구지역에 건립된 정자 중에서 정자를 건립한 분이 원운(原韻) 시와 기문을 지은 경우는 드물다. 송담(松潭) 채응린은 금호강 동쪽에 압로정(押鷺亭)과 소유정(小有亭)을 건립하였는데 그가 지은 소유정(小有亭) 시가 지금까지 전한다. 이주는 환성정 시[原韻]를 2수 지었는데 다음과 같다.

“환성정의 주인이 누구이던가?

평생 게으르고 어리석은 것을 스스로 비웃는다네.

처음 원래 부여받은 성품은 인색하지 않았으니

다만 날로 부지런히 공부하는데 달려 있을 따름이네.

 (喚惺亭畔主人誰,

 自笑平生懶且癡.

賦予之初元不嗇,

用工只在日孶孶.)

“뭇 사특함과 욕심이 날로 서로 침범하니

놓아버리기는 쉽고 구하기는 어려운 것이 마음일세.

밖으로 달리는 마음을 능히 제거하는 것이 공부이니

신명이 또한 이 마음[質] 속에 임하리라.

(羣 邪衆欲日相侵,

易放求最此心.

克祛外馳方是學,

神明又有質之臨)”(『태암집』)

이주가 환성정 시를 지은 후 당시의 사우들이 지은 차운시(次韻詩)나 환성정에 관한 시는 발견되지 아니한다. 이것은 대체로 정자에 대한 차운시가 임진란이 종결된 이후 얼마간 지난 이후에 나타나는 것으로 볼 때 그가 임진란이 종결된 6년 후 49세(선조 37년, 1604)의 나이로 일찍 타계하였기 때문으로 보인다. 위의 시에서 이주는 사람들이 하늘로부터 부여받은 바른 마음[性品]을 보존하기 어려움을 말하고 끊임없이 공부(工夫)하여 함양(涵養)해야 함을 말하고 있다. 여기에서 말하는 공부는 항상 마음이 깨어있는[常惺惺法] 경(敬) 공부를 말하는데 이것은 성리학에서 심성(心性)을 함양하는 전형적인 방법이다. 위의 시에서 바른 마음(正心)을 간직하기 위하여 끊임없이 노력하는 이주의 모습을 볼 수 있다.

환성정에 대한 차운시는 고종조에 환성정이 복원 중건된 이후에 나타난다. 나의 고조부 금우공(琴愚公: 具然雨)께서는 이 정자에 다음과 같은 시를 지었다.

“시내의 길 서쪽에 정자를 지어 사특함을 막으니

주인옹이 그칠 바에 그쳐 그 마음을 바르게 하였네.

비단 한 집안 사람의 마음을 깨우칠 뿐만이 아니라

천추(千秋)에 임하는 후학들의 마음을 환기시키네.

(亭築溪西路不侵,

主翁所止正其心.

非徒獨惺門帲內,

喚起千秋後學臨.”(『금우집』)

이 시는 금우공께서 오랜 한양 생활을 마감하고 1894년(갑오) 음력 10월에 고향인 무태에 하향한 직후에 지어진 시인데 필자가 수집한 자료 중에서 차운시로는 일찍 지어진 시이다. 금우공은 수헌(守軒) 이억상과 한 동네에서 태어나 성장하였으며 깊이 교유(交遊)하였다.

위의 시를 살펴보면 ‘시내의 길 서쪽에 정자를 지었다’는 것은 팔공산에서 무태를 가로 질러 내려오는 동화천의 서쪽인 서변에 지은 정자라는 의미이다. ‘사특함[邪]을 막는다’는 것은 사람들의 마음에 사특함이 일어나지 않도록 하여 ‘하늘로부터 부여받은 본성을 온전히 보존한다’는 의미이다. 금우공은 ‘주인옹이 그칠 바에 그쳐 그 마음을 바르게 하였네’라고 하여 『대학』의 격물치지(格物致知)를 통하여 그칠 바를 알아(知止) 지고한 선(止於至善)에 도달하여야 함을 말하고 있다. 그리고 태암 이주가 이 시를 통하여 말하고자 하는 것은 인천이씨 한문중의 후손들에게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라 천추 뒤에 오는 후학들이 본받아야 할 귀감이라고 말하고 있다.

주① 원운(原韻)과 차운(次韻): 원운이란 한시의 작자가 처음으로 지은 시로

차운의 바탕이 되는 시이다. 차운이란 원운 시의 운자(韻字)에 의거하여 지은 시를 말한다.

② 단서(丹書): 황제(黃帝)와 전욱(顓頊)의 도(道)가 기록된 글로 『대대례(大戴禮)』「무왕천조(武王踐阼)」에 나옴. “공경심이 게으른 마음을 이기는 자는 길하고, 게으른 마음이 공경심을 이기는 자는 멸망하며, 의로운 마음이 욕심을 이기는 자는 순응하고, 욕심이 의로운 마음을 이기는 자는 흉하다.(敬勝怠者, 吉, 怠勝敬者, 滅, 義勝欲者, 從, 欲勝義者, 凶)”라고 하였음.


다음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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